호텔 마다가스카르/Jin.
'여행'이라고 하면 신나고 즐거운 일이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떠나보면 그렇지도 않다. 매일이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장엄한 풍경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벽지에 장미가 몇 개나 되는지 셀 수도 있다. 신나고 즐겁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여행자의 유일한 의무이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생각해보라지. 내가 보낸 축축한 시간들.
 비가 온종일도 모자라 한달동안 내리는 다람살라에서 혹은 델리에서, 카트만두에서, 그리고 치앙마이에서.
 나는 꽤나 게으른 타입인데다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늘어져있는 고집쟁이라 여행자의 의무를 종종 게을리하곤 했다. 끽해야 숙소 주인이나 고용인과 낄낄거리거나 그마저도 않고 침대에 축 늘어져 가지도 않을 관광명소를 찾아 몇 번이고 론리 플래닛을 뒤적거리고. 재떨이 속 담배꽁초는 동산을 이루어 싸구려 숙소다운 축축함에 퀴퀴함까지. 치앙마이에서는 숙소 주인의 아버지 - 할아버지 - 가 와서 방문을 쾅쾅 두드리며 "너 여행와서 이러면 안 돼!! 나가서 놀아야지!!"할 정도였다. 그 때 나는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점치는 책에 매료되어 하루종일 틀어박혀 내가 생년월일을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의 미래를 점치는 음산한 아가씨였더랬지. 말랐고, 어렸고, 잦은 염색으로 머리카락이 온갖 색으로 바스라지던 그 때. 그래도 내 인생엔 햇살이 비쳤다. 난 항상 그늘을 찾아 다녔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어. 나에게는 아웃사이더의 기질이 없다는 것을.
by 모리슨 | 2008/09/08 13:38 | 책읽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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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비단장수 at 2009/10/15 14:37
나도 여행을 통해 알았어,,여행을 좋아하지만 여행자가 될수 없다는것을..
Commented by 모리슨 at 2009/10/16 10:16
안녕하세요. 오랫만입니다. 어찌 이 외딴 곳까지 용케 찾아오셨네요. 당신은 제가 아는 여행자 중 가장 멋진 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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